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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번역 공방
해외에서 국내로 이직하면서 개인사가 바빠 오랫동안 신경을 쓰지 못했던 이 변방의 작은 블로그에, 어느 분이 장문의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셨습니다. 어찌 보면 이 직종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뼈 있는 질문이었기에, 긴 시간 생각해 보고 글을 작성하는 데에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리고 말았습니다. (글을 남겨주신 jun 님에게 감사와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질문의 요지는 이러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이 중요해진 게임 시장에서, 로컬라이제이션의 중요성은 명확한데 왜 핵심인 로컬라이제이션 직종 자체는 홀대 받으며 페이가 전반적으로 낮은가. 일단 먼저 말씀드리자면, 어느 사안이 그렇듯, 이는 케바케, 사바사, 회바회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리고 '평균적으로' 따졌을 때 게임업계 전체에서 로컬라이..
본 글에서는 게임 텍스트만을 번역하는 '게임 번역'과 시장에 맞도록 수정하는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를 구분해서 사용합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개발에 매진하다 보면, 당연히 개발 외의 다른 부분은 후순위로 밀리게 됩니다. 하지만 게임 현지화 또한 기획, 디자인, 개발, 마케팅처럼 개발 사이클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단순히 게임 텍스트를 번역하는 '게임 번역'은 현지화의 아주 일부분입니다. 해당 시장의 기호, 환경, 의상,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 등 텍스트 외의 모든 것을 출시 국가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하고 변경해야 하는 '문화화' 또한 현지화의 큰 부분이기에, 단순히 '5 문장 번역하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겠지"같은 넘겨짚기는 지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개발자 입..
최근 우연히 매우 유명한 해외 개발사로부터 현지화 전문가로 이직 제의가 들어와 면접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조건이 맞지 않아 이직 자체는 하지 않았지만, 면접에서 나온 질문 몇 가지가 지금까지 게임 번역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스스로 정리할 기회가 되었기에 살짝 공유하고자 합니다. 주의: 어디까지나 개인 의견임을 감안하시길 바랍니다. Q1. 게임의 현지화에서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게임에 적합한 수준의 현지화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텍스트만 번역할지, 음성도 현지화할지, 고유명사를 번역할지 아니면 음차할지, 게임 텍스트의 톤 또한 현지화할지(말투, 사투리 등) 등, 단순히 text to text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장르, 분위기,..
참고: 필자는 본 글의 주요 주제인 '아이돌 마스터 밀리언 라이브! 시어터 데이즈' 및 해당 시리즈를 플레이한 적이 없고, 2D 아이돌 게임으로 분류되는 장르 또한 단 한 번도 플레이한 적이 없으며, 해당 서브컬쳐에 대해 일반인 수준의 지식만 가졌음을 먼저 밝힙니다. 본 글은 어디까지나 '게임 현지화 전문가'의 입장에서 2019년 7월 당시 불거진 '한리시타 오역 사태'을 통해 본인이 느낀 점을 서술한 것이며, 해당 사태에 관해 다른 의견이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필자는 영한 번역을 전문으로 하고 있기에, 해당 게임의 원문인 일본어에 대해 깊은 이해는 없음을 밝힙니다. 게임 현지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원문으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와 현지화된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
주의: 본 글은 개인적인 열정과 팬심으로 한글화를 진행하는 많은 분을 나쁘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먼저 밝힙니다. 해당 글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프로로서 게임 번역가'를 지망하는 분들에게 생각할만한 주제를 던지고자 함이며, 모든 팬 한글화 과정을 서술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 글의 내용은 극히 주관적인 견해 및 경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게임 번역가 지망생 및 한글화 팀에 통용되지 않음을 먼저 밝힙니다. '팬 한글화'는 게임을 개발한 개발사, 현직 게임 전문 번역가, 그리고 게이머 모두에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개발사는 자사의 게임의 동의 없이 변경하는 것으로 보거나 홍보/판매 촉진이 된다는 이중적인 입장이, 번역가는 시장이 작아진다고 보거나 덕분에 한국 게임 번역 시장 ..